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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position paper_대의민주주의(이승진) 2018-11-29 13:06:22  

 
이승진


                                 한국 대의민주주의 위기에 대한 소고


지난 3월 청와대가 발표한 개헌안에는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제도가 포함되어 있다. 국민이 국회의원을 임기 중 소환해 투표로 파면할 수 있게 만든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법률안과 헌법개정안을 발안할 수 있도록 만든 ‘국민발안제’가 대표적이다. 국민이 권력의 감시자로서, 입법자로서 직접 참여하고자 하는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년 정부 출범 100일 기념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국민들은 주권자로서 평소에는 정치를 구경만 하다가 선거 때 한 표 행사하는 간접민주주의로는 만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 국민들의 직접민주주의 선호도는 높아졌다. 지난 11월 11일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윤창호(22)씨의 영결식이 진행됐는데, 윤창호 씨의 친구 10명은 하태경 의원과 함께 ‘윤창호 법’을 발의했다. 이제는 시민이 주도적으로 법을 만들거나 바꾸는, 적극적으로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 된 듯하다. 한편 최장집 교수는 ’17년 11월 국제학술대회 ‘한국의 민주화 30년-세계 보편적 의미와 전망’의 기조발제에서 “대의제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정치를 의회·정당 중심의 제도 안으로 수렴하는 대신 광장에서 운동의 정치를 확대하는 직접민주주의 추구는 커다란 방향 착오”라고 지적했다. 또한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가 도약할 수 있다고 믿을 근거는 없다”면서 “대표성이 없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갈등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직접민주주의 확대 요구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대의 흐름이 아닐까. 촛불혁명에 따른 시대적 요구라기보다 사회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대의민주주의의 한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한국의 소통하지 않는 집권층, 정치인, 기존의 정당이 국민의 열망을 담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단 하루, 도장 찍는 선거를 통해서 그리고 그 결과가 현실정치에 반영되는지는 국민은 알 수가 없다.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이나 결과에서 대부부의 국민은 배제되어있다. 국민의 대표자들은 국민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을 대리하지도, 대표하지도 못 한다. 정당 민주주의의 위기는 바로 대의민주주의의 위기로 이어진다.

‘대의민주주의’는 ‘representative democracy’라는 용어로 ‘대표제(representation)’와 ‘민주주의(democracy)’의 결합이다. 이관후(2014)는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을 ‘자치’ 곧 ‘스스로 다스림(rule bythemselves)’이라고 할 때, 대표를 뽑아서 통치를 위임하는 것은 이 원칙과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자치의 원리와 대표제 간의 모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서로를 다스리거나(rule by rotation), 추첨에 의해 통치자를 결정하는 것(rule by lot)이다. 그런데 근대의 대표제는 이 두 가지 방식을 버리고 대신 선거(election)라는 선출방식을 선택했다. 앞의 두 방식과 달리 선거에서는 뽑히는 사람들이 대단히 소수의 특정한 인물들이라 실제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통치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대표제 민주주의는 원리적으로 모순적인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이관후, 2014). 대의민주주의에서 대표자는 언제나 주권자인 국민과 소통을 하면서 국민에게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결정을 할 때만 정당성을 가진다. 국회, 정치인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경우, 시민은 광장으로 뛰쳐나오게 된다. 이는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이다. 촛불혁명은 우리 사회에서 정치가 얼마나 오작동해 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광장에 나와야 했던 것이 대의민주주의의 위기이자 한계가 아니고 뭐겠는가.

포퓰리즘의 등장은 대체로 기존 정치 체제가 시민의 불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존 체제 외부에서 새로운 세력의 규합의 형태로 나타났다(강원택, 2011). 강원택의 ‘포퓰리즘 논쟁과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포퓰리즘 논쟁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속성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비판하면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정치에서 전개된 포퓰리즘 공방은 “김대중-노무현 정권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좌파 정부’의 여러 부정적 양상을 설명하기 위해 포퓰리즘이라는 말을 빌려 쓴 것이 그 원인이다. 포퓰리즘을 통해 한국 사회의 여러 단면을 설명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포퓰리즘을 마땅찮게 생각한다. 이런 시각은 보수 성향의 언론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논의되는 포퓰리즘 논쟁의 특성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참여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 혹은 거부감, 두 번째는 복지 정책의 확대와 관련된 인기 영합주의 논쟁이 그것이다(강원택, 2011). 포퓰리즘이 당장 한국 정치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하기 보다는 정치적 공방을 위한 수사적, 담론적 의미가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에서의 포퓰리즘 공방이나 평가는 현상을 지나치게 과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서병훈, 2008). 백영민(2016)은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포퓰리즘 현상을 경제적 구조 혹은 사회적·문화적 지형 등 비정치적 영역의 변화가 정치 영역에서의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국민 주권’ 원칙과 어긋나는 경우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징후이며, 동시에 새로운 방식으로 국민 주권을 실현하고 새로운 체제를 구현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실천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광장정치를 넘어 ‘SNS 정치’가 정치 참여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국민은 누구나 손쉽게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대의제 민주주의 방식만으로는 주권자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이것은 직접 민주주의적 정치참여가 보다 확대되어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촛불혁명으로 상징되는 시민의 참여가 대의제 민주주의를 대체할 수는 없다. 대의제는 사회적 합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권력투쟁이 난무하는 현실정치에 국민의 삶의 결정을 오롯이 맡길 수도 없다. 투표의 권리행사로 의회에 대한 시민의 감시와 견제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없음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웠기 때문이다. 한국적인 상황을 고려할 때, 대의제 민주주의와 직접 민주주의의 조화에 천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숙의 민주주의라는 형태의 직접 민주주의적인 모델이 완전히 제도적으로 정착되어 있지는 않지만, 직접 민주주의와 간접 민주주의를 적절히 조화시킴으로써 국민주권주의의 역사를 쓴 경험이 있다.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시민의 정치참여가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정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국민들에게 직접 정치적인 문제를 묻지 않는다면 국민의 진정한 정치적인 관심은 생기기 힘들다.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함으로써 강도 높은 공공토론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국민들의 자기결정의 정치적인 책임을 경험하게 된다(이기우, 2001). 과거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대의민주주의가 내재적 모순으로 민주주의 이념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으니 시민들이 공론을 모아 대의기구인 의회나 행정부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잡거나 보완하자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1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시민원탁회의가 열릴 정도라고 한다. 정치인들이 국민들과 계속 엇박자를 내는 동안 똑똑한 유권자들은 민의를 반영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두 번째 대안으로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을 극복하고 민주주의의 기반을 다지기 위해 SNS를 활용한 시민 정치교육 필요하다. 시민 교육을 통해 공동체 문제 해결에 적극 참여하는 시민을 만들어야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를 경험한 기간이 길고 선진 국가에 비해 정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 시민 정치 교육이 더욱 필요하다(차재권, 한국정치학회 학술회의, 2015). 마지막으로 성숙한 대의적 민주제를 실현하기 위해 비례성을 강화하는 선거제의 개혁은 반드시 실현되어야할 정치적 과제이다. 지금의 소선거구제는 30년간 운영되면서 많은 한계를 보였기 때문이다. 소선거구제도는 한 선거구에서 1등 한 명만 당선되는 승자독식제도다. 2,3,4등에게 간 표는 의회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사표가 된다. 1등만 당선되는 선거제도이다 보니 지역 기반 거대 양당을 제외한 군소정당은 당선되기 쉽지 않고, 유권자들이 사표 방지 심리로 소수정당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다당제가 됐을 때 가장 큰 장점은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요구가 의회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얼마나 허약하고 국민주권을 반영하지 못하는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의 헌법에 비추어 국민주권의 실현으로 새로운 민주주의를 이루어 나가야 한다.



[참고문헌]
백영민(2016). 커뮤니케이션 관점으로 본 포퓰리즘의 등장과 대의 민주주의 위기, 커뮤니케이션 이론 12(4), 5~57.

이관후(2014). 왜 ‘대의민주주의’가 되었는가? : 용례의 기원과 함의, 한국연구재단.

강원택(2011). 포퓰리즘 논쟁과 한국 정치의 선진화 방안

서병훈(2008). 『포퓰리즘: 현대 민주주의의 위기와 선택』. 책세상.

이기우(2001). 대의민주제의 한계와 직접 민주제의 필요성. 사단법인 참여사회연구소 제19회 정책포럼.

아주경제(2018.11.06.). (IT + 직접민주주의 시대) 20대 10명 ‘단톡방’서 법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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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는 시민권의 확대를 유발하고, 이는 대의 민주주의의 가능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확장한다.
민주주의와 SNS 포퓰리즘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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