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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제)position paper_IT기업 관련(이승진) 2018-11-15 20:10:23  

 
이승진
        
                        따로 똑 같아지는 IT업계, 결국은 정치인가?


오늘날 인터넷을 만인의 도구로 만든 ‘웹의 아버지’로 불리는 팀 버너스 리 (Timothy John Berners Lee)가 9월 28일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나는 항상 웹이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믿어왔습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를 보호하기 위해 격렬하게 싸우는 이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이룩한 모든 가치에도 불구하고, 웹은 불평등과 분열을 가속화하는 엔진이 되었습니다....” 분열과 불평등을 가속화하는 중앙집중적 웹 시스템, 지금의 인터넷은 괴물이 되어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강력한 비판에는 모두의 자유로운 교류와 소통을 위해 만들었다고 하는 인터넷이 소수 독점기업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전락했다는 배경이 깔려있다. 버너스 리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보낸 공개 서한에 따르면, 소수의 거대 IT기업들이 정보와 아이디어가 모이는 공간을 사실상 독점하면서 다양성이 사라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은 세계 검색시장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페이스북을 활발하게 이용하는 전 세계 사용자는 월 22억명이 넘는다.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자회사까지 합하면 전 세계 웹광고의 60% 이상이 두 회사 플랫폼에 실리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이 소규모 경쟁업체, 혁신적인 기술들을 마구 사들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그리고 버너스 리는 중앙집중적 웹 시스템에 맞서 사용자 개인 자신의 데이터를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오픈소스 프로젝트 ‘솔리드(Solid)’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가 새로운 인터넷 시스템 ‘솔리드’를 구상하면서 내세운 것은 바로 디지털 거대기업의 지배로 오염된 웹 구조 전복이다. 자신이 창시했던 ‘웹’이라는 피조물이 괴물로 변하자 새로운 시스템으로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최근 다른 여러 이슈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관심과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상상초월 갑질 괴물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양진호다. 논란이 불거져 나온 이유는 한 영상 때문인데, 영상 속에서 양씨는 XX놈, X신 X끼 등의 폭언을 내뱉으면서 피해자의 얼굴을 여러 차례 가격한다. 피해자는 아무 저항 없이 맞고만 있다. 공개된 이 영상은 자신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모습을 기념하려고 회사 직원에게 지시를 내려서 기록으로 남게 됐다. 그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닭을 향해 석궁을 쏘게 하고, 일본도로 닭을 베도록 강요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리고 황당한 사진도 공개됐다. 사진 속에서 양씨는 다른 고위직 직원들이 함께 머리를 초록색, 빨간색 등으로 염색한 채 나란히 앉아 있다. 이 역시 양씨의 강요로 이뤄진 일이라고 한다. 양씨의 혐의는 이제 폭행을 넘어 포르노 유통, 마약 복용 등 다른 혐의까지 추가되면서 그의 엽기 행각은 어디가 끝이지 모를 일이다. 양씨는 회사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기업 오너의 직원 폭행이 아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힘없는 약자를 괴롭힌 전형적인 권력형 범죄 사건이며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병폐가 드러난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양씨의 만행을 두고 IT 업계 특유의 고용 불안정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근속연수가 짧고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업계 특성이 양씨에게 무소불위 권력을 쥐어주는 배경 중 하나였다는 것이다. 언제라도 잘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직원을 언제 어떤 방식으로 잘라도 문제되지 않는다는 오만과 만나 빚어진 최악의 결과인 셈이다(일요서울, 10.31).

국내에서 IT 산업이 확산 된 1990년 중반부터 최근까지 IT업계는 노조 무풍지대였으나, 지난 4월에 네이버 노조 설립된 후, 10월 24일 카카오 노조, '크루 유니언'이 선언문을 발표하며 출범을 알렸다. 카카오 노조는 설립 선언문을 통해 그동안 IT 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것과 관련해서 “개인주의적 분위기 때문이 아니라 탄력적인 사업구조로 인한 불안한 고용환경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는 노조를 만들 수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지만, 노조를 만들어야만 하는 이유도 된다. 불안한 고용환경을 개선·해결하려면 노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카카오까지 노조 설립에 동참하면서 국내 토종 IT 기업들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친노동 성향 정부가 들어서면서 노조 조직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측면이 이 같은 움직임에 불을 지폈을 것이다(뉴데일리, 10.31). 셀이나 모듈 등 작은 팀 단위로 운영되는 IT업계의 특성상 개인의 기량에 의존하는 문제, 개인주의로 인한 문제뿐만 아니라, 임금체불, 야근수당 미지불, 고용불안정, 하도급, 인력파견 등 산적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노조 설립은 당연한 외침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그렇지만 수많은 IT강국 담론 뒤에 숨은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한국이 진정한 IT 강국이 되려면 당연히 개발자를 비롯한 IT업계 종사자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세계경제의 성장둔화와 심각성을 고려할 때, 한국은 높은 실업률과 저성장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서 고용 유연성 제고를 핵심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이 이루어 질 수 있다. IT기업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해고요건과 임시직(파견 및 기간제) 고용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고용환경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여지가 남아 있다. 네이버는 내부적으로 창업자이자 오너인 이해진 의장과 전문경영인이 역할을 분담하고 사외이사가 외부에서 협력하는 독특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이해진 의장을 대신해서 네이버를 대표하고 일반적인 경영을 챙기는 역할은 전문경영인들이 담당한다. 네이버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7명의 이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사회 내에는 총 5개의 위원회가 운영된다. 이해진 의장은 이사회 내에서 임원인사를 주관하고 감시 혹은 통제의 주체인 사외이사 선임에 관여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함으로써 네이버 기업집단 전체에 대한 컨트롤 타워로서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김대원 외, 2015). 지난 4월 네이버 노조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요구했다. 또한 네이버가 이사회를 개최할 때 노조에 사전 통보하고, 경영상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사전 설명을 요구했다, 즉 노동이사제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경영 일부분을 요구한 것이다. 그러나 노사간 단체 교섭을 진행하면서 모두 결렬됐다. 한편 유럽 선진국에서는 노동자의 사외이사 또는 일반이사회 참여가 일반화돼 있다. 노사 상생의 경영 문화가 확립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의 상장기업은 업무집행기구인 경영 이사회와 감독기구인 감독이사회의 이원 체계로 돼 있다. 경영 이사회는 전원 상임이사로 실질적 경영 결정권을 가진다. 반면 감독이사회는 노동자 50% 이상이 참여해 경영을 감시하는 기능을 갖는 사실상 사외이사 개념이다(머니투데이, 2017.12.29.). 노동자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는 노동이사제는 한국 기업의 경영 관행에 있어 경영진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장을 잘 아는 노동이사를 통해 현장의 문제가 합리적으로 해결되면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에 따르면, 한국 IT서비스산업은 대부분 재벌 대기업들에 의해 장악되고 있다. 매출액 1,000억 원 이상의 상위 30여개 IT서비스업체 가운데 한국IBM과 한국후지쯔 및 한국EMC를 제외하고 모두 재벌그룹과 공기업 계열사들이며, 벤처기업으로 성장한 IT서비스업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정책 역시 이들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하는 재벌대기업들은 억지로라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착취에 가까운 하청구조 및 불공정한 관행의 주범이 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정부정책 역시 이들 재벌대기업 중심으로 되어 있으며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하는 재벌대기업들은 억지로라도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착취에 가까운 하청구조 및 불공정한 관행을 강요하고 있다. 이런 후진적인 구조적 문제점들을 하루 빨리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국 IT서비스산업에 경쟁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 자본주에 포섭된 우리사회는 어느 때보다 양극화가 극심하고, 사회구성원들이 실존적 불안에 전전긍긍하며, 그 불안이 극도의 이기심으로 표출되는 나라이다. 소위 ‘N포세대’는 신자유주의의 자기계발 담론에 떠밀려 스팩 쌓기를 성실히 이행했으나, 취업이 되지 않고, 경제적 빈곤과 불안으로 인해 자살하고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IT업계라고 해서 이런 구조적으로 불공정한 상황을 피해가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가진 IT업계가 먼저 변해야 하지 않을까. 그 변화의 선행은 정치가 되어야하지 않을까? IT와 정치는 세상 바꾸는 힘이 있다!


<연구문제>
우리 사회에 숨어 있는 양진호는 많다. 양진호 사태는 개인의 일탈일 수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암울한 자화상이다. 또한 대기업 중심의 지배·하청구조, 불공정한 관행은 IT업계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그러면 결국 정치문제인가?


<참고자료>
김대원·김도영·이홍규·김성철(2015). 네이버 지배구조에 대한 사례연구. 한국방송학보 29(1), 5~34.

장경영·오정석(2013). 주식회사 카카오의 플랫폼 전략에 대한 연구. 벤처창업연구 8(4), 49~56.

김광수경제연구소포럼 바로가기 (http://cafe.daum.net/kseri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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