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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ition Paper] 공유경제, 맹신과 불신 너머 2018-10-26 03:24:32  

 
이종원
공유경제가 자본주의 경제법칙의 대안으로서 기능할 수 있을까? 기존의 내가 생각하던 공유경제는 그저 자본주의 체제 내의 다양한 경제 양식 중 하나일 뿐이었다. 공유경제에 대한 지식도 굉장히 짧았는데, 사실 나에게 공유경제는 우버, 에어비앤비 같이 ‘개인 소유물(차, 집)의 사용여력을 활용해 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 공유경제가 자본주의의 대안이라니……. 공유경제의 부작용, 정확히는 우버의 새로운 사업계획(전동 킥보드 공유사업)이나 에어비앤비를 이용한 대규모 불법 임대사업 등 공유경제에 대한 불신을 키워가던 나에게 그 말은 이상주의자들의 맹신처럼 여겨졌다. 내가 아는 공유경제 맞아?

먼저든 의문은 ‘내가 아는 공유경제’인 우버와 에어비앤비를 과연 진짜 공유경제라고 부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로렌스 레식(2008)은 ‘상업경제(Commercial Economy)’와 대비하여 “문화에 대한 접근이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사회적 관계의 복잡한 조합에 의해 규정되는 경제 양식”이라고 공유경제를 정의했다. 이 정의의 핵심은 ‘가격에 의해 규정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공유경제에 참여하는 동인으로 비금전적 요인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관계의 조합’이라는 단어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정의에 비추어 봤을 때, 비금전적 동인에 의한 기존의 ’카풀’시스템에 금전적 보상을 더한 우버는 과연 공유경제일까? ‘다양한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사회적 관계를 교환하는, 역시 비금전적인 보상으로만 운영되는 ‘카우치 서핑’과 대조되는 에어비앤비는 어떠한가.

레식의 정의를 곱씹다보니 10여 년 전 세상을 떠돌다 사라진 ‘웹2.0’의 표어들이 생각났다. “참여·개방·공유”. 비금전적 동기에 의한 자발적 참여, 그리고 소유가 아닌 개방과 공유. 네트워크로 인한,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퍼져 나간 웹2.0의 정신과 그 문화는 오늘날 공유경제를 둘러싼 그것들과 너무나 닮아있다.(공유경제는 웹2.0이 남긴 유산 중 하나일까? 구분 자체가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웹2.0과 ‘진짜’ 공유경제가 공유하는 키워드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역시 네트워크다. 웹2.0이나 ‘오늘날의’ 공유경제 모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일어난, 혹은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이다. IT에 의한 네트워크는 기존 전통 자본주의 시대의 관계, 그보다 더 역사가 오래된 혈연, 지연, 학연의 관계들과는 다른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네트워크 그 자체와 네트워크상에 구현되는 다양한 플랫폼들은 대규모 자본집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개인들에게 새로운 참여의 기회를 준다. 두 번째 키워드가 바로 이 개인들, 즉 네트워크의 주인공인 사람들이다. 네트워크로 구성되고, 네트워크에 의해 돌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일반 대중은 더 이상 일방적이고 피동적인 존재들이 아니다. 웹2.0과 공유경제에 있어 우리 개인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이고, 창조자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문화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변화이다. 바로 신뢰의 문화다. 신뢰는 웹2.0과 공유경제의 산물이라기보다는 ‘조건’에 해당한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개방과 공유의 시대. 이 시대가 기존의 자본과 권력, 힘에 의해 많은 것들이 결정되어온 시대와 결별할 수 있을 것인가가 앞으로의 관건이다.

※ 웹2.0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이지만, 지난 번 수업 때 논의했던 ‘위키피디아는 공유경제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이제 당연히 ‘yes’이다. 실제 공유경제 관련 많은 글들에서 오늘날 말하는 공유경제의 시초, 혹은 상업경제, 온디멘드 경제와 대비되는 공유경제의 대표로 위키피디아와 리눅스를 꼽고 있었다.

웹2.0이 어느 순간 우리의 대화 속에서 사라져 갔듯, 공유경제 역시 초기의 취지나 정의가 무색해질 정도로 많은 의문을 자아내는, 아리송한 개념이 되어가고 있다. 공유경제는 확실히 그 자체로 전지전능하거나 자본주의를 대체하거나 할 수 있는 개념은 아니다. 공유경제를 설명하는 기술적 관점이나 경제학적, 아니면 다른 여타 학문적 관점으로는 공유경제가 가져오는 변화나 그 잠재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진짜 변화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것은 사회가, 문화가, 그리고 인간이 바뀌는 변화다. 공유경제를 뒷받침하는 플랫폼을 구축, 운영, 관리하는 IT기술 혹은 공유경제 내에서 신뢰를 답보하기 위한 블록체인 같은 기술이 아무리 급진전해도 인간의 삶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들과 무관한 변화라면 무의미하다. 이에 대한 고민 없이 공유경제와 우버,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의 산물(?)을 신화로 만들어버리는 맹신은 폭 넓은 시야와 통찰력을 갖고 건실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을 막는다. 반대로 혹은 그 과정에서 공유경제라는 것들에 의해 유발되는 부작용들에 지레 겁먹고 그 본질을 보려고 하지 않는 것 또한 우리를 앞으로 나아갈 수 없게 만든다. 맹신과 불신을 걷어내고 다시 생각해 볼 때이다. “과연 공유경제는 자본주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 글을 정리하다보니, 커뮤니케이션 연구자로서 공유경제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할 지, 더 근본적으로 왜 공유경제에 대해 논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답은 너무나 간단했다. 공유경제는 결국 네트워크의 발전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관계들의 변화, 즉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생겨난 인류의 많은 시스템 중 하나이다. 공유경제에 대한 맹신과 불신은 모두 내려놓고, 네트워크와 인간, 관계, 그리고 문화적 관점에서 ‘진짜’ 공유경제의 다양한 면모를 논의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참고문헌.
- Lessig, Lawrence.(2008). Remix. Bloomsbury Academic.
- 김국현(2006), <웹2.0 경제학>, 황금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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