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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대책과 기울어진 운동장 2014-04-16 11:22:05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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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신학보 - 광장
2014년 4월 14일 (577호)

김재영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새정치민주연합 창당 직전 민주당에서 내놓은 ‘언론대책’을 보고 뜨악했다. 골자는 주요 언론사별로 전담 의원을 배치해 보도물을 모니터링하고 편파·불공정시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엄포용이겠지 싶은데 내용을 보면 그런 것 같지 않다. 12명의 국회의원을 배치해 이 일을 담당하게 하고 이들의 역할을 세세히 명시하기까지 했다. 모니터를 거쳐 편파·불공정성이 확인되면 최고위원회나 대변인에게 알려 성명을 발표하고 해당 언론사에 항의해 재발 방지를 요청하라는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언론중재위원회에 중재를 신청하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요청하라는 법적 대응도 제시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런 압박 전술과 함께 언론사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유화적 접촉을 병행하라는 지침도 포함된 점이다. 가히 군사독재 시절 횡행하던 ‘채찍’과 ‘당근’을 통한 언론 길들이기를 연상케 한다.

논란을 자초하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새누리당은 물론 언론의 집중 성토가 쏟아졌다. 북한의 ‘5호 담당제’와 다를 바 없다는 극한 표현까지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방침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지난 3일에는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링 후 처음으로 지상파인 MBC 뉴스에 대한 심의를 신청했다. 불공정 보도 행위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엄중 경고했음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로 언론대책 매뉴얼에 나온 수순대로 움직인 것이다.

언론의 일차적 사명은 권력집단을 감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을 ‘감시견(watchdog)’이라 부른다. 취재와 보도의 자유도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라는 취지에서 부여된 것이다. 아무리 야당이라 할지라도 새정치민주연합은 현역 국회의원 1백26명을 보유한 공당으로 권력집단이다. 거대한 정치권력이 특정 언론사 보도물을 일일이 모니터링하며 가용한 수단을 총동원해 시시비비를 따지는 행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자유를 위축해 결국은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해진다. 과연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런 후폭풍을 예상치 못했을까? 위험요소를 예견했음에도 강행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실제 이 일을 총괄하는 신경민 최고위원은 “야당 의원들이 일대일 식으로 언론사를 맡아 대응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인정하며 ”비난은 각오했고,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언론대책을 내놓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그만큼 언론환경이 심각하다는 현실의 방증”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유례없는 언론환경에 대처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뜻이다.

여기서 누가 옳은지 따질 생각은 없다. 대신 재야단체도 아닌 제1야당조차 심각하다고 언급한 언론환경에 대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을 듯하다. 오늘날 우리나라의 언론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된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이명박 정부 이후 권력 측근이 사장에 선임되면서 집권여당의 수중에 넘어간 지 오래다. 여론을 분탕질해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보수신문들은 종합편성채널을 획득해 온갖 특혜를 받으며 보수층 결집의 견인차 구실을 하고 있다.

그 탓에 어느 때보다 공정성이 요구되는 요즈음의 선거보도는 불공정성의 극치를 달린다. 여당에 불리한 내용은 묵살되고, 야당은 불안한 존재로 묘사되는 식이다. 과거에 비해 선거보도 자체가 아예 줄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우리나라 국민이 이런 보도태도에 익숙해져 제 역할을 망각한 언론보도를 더 이상 문제라 인식하지 못하게 된 현실이다.

야당의 언론대책은 결코 공당이 취할 정상적 접근이 아니다. 하지만 야당이 이런 무리수를 던질 수밖에 없는 저간의 사정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균형 잡힌 시각이자 깨어 있는 시민의 자세다.

날다 (2014-04-16 14:06:25)

크아~교수님 말씀처럼 우리 영혼에도 수정체가 있어야 겠네요...건데 성신학보는...왜 남의 학보에...
김재영 (2014-04-16 14:38:07)

아시잖아요. 제가 지난주 얼마나 바빴는지. 그런데도 주간하면서 학생기자들이 힘들게 섭외하는 걸 봐서 그런지 차마 거절을 못하겠더라구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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