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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199명과 47,000원 2014-03-20 08:48:25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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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인권연대 웹진 46호 - 全人權
2014년 3월 20일

글 _ 김재영(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1. 43,199명
벌금을 내지 못하면 교도소에 간다. 돈을 못 내면 몸으로 때우라는 거다. 바로 그 이유로 교도소에 가는 사람이 매년 4만 명 안팎에 달한다고 한다. 43,199명은 2009년 한 해 동안 벌금 미납으로 교도소행 처분을 받은 사람의 수다.
며칠 전 지인이 건넨 인권연대의 캠페인 책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람들 43,199>를 읽고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이 책자는 단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사람을 교도소로 보내 격리하는 건 경제적 형편에 따른 ‘차별’이라 지적한다. 더구나 그 수가 매해 4만 명이나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죄질에 따라 누구나 똑같은 벌금을 내게 하는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책자를 읽고 나서 생각이 달라졌다. 벌금형의 취지가 벌금 납부 여부에 있는 게 아니라 형벌의 기능을 발휘하는 데 있기에 소득이나 재산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백만 원의 벌금이 서민에겐 가혹하지만 누군가에겐 한낱 ‘껌 값’일 수 있지 않은가.
실제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는 소득에 따라 벌금액이 달라진다고 한다. 2000년 노키아의 부사장 안시 반요키는 최고 시속 50km 제한 도로에서 75km로 오토바이를 운전하다 단속에 걸렸는데 벌금이 무려 11만6천 유로, 우리 돈으로 1억3천만 원이 부과돼 핀란드는 물론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1999년 당시 반요키의 연 수입이 1,400만 유로였는데 이에 비례해 벌금이 책정된 것이다.

2. 47,000원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의 행사를 이유로 파업 참여자에게 책임을 묻는다. 하위법인 업무방해죄에 의해서다. 임금, 근로시간, 복지 관련 분쟁만 합법일 뿐 근로조건과 직결된 정리해고, 구조조정, 민영화 등을 사유로 한 파업은 불법이다. 경영권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파업 상당수가 불법이 된다.
한술 더 떠 이를 근거로 천문학적 액수의 손해배상이 청구된다. 홍익대 청소노동자들에게 2억7천여만 원, 민영화 반대 파업을 벌인 철도노조에 162억 원이 청구되었다. 손해배상은 파업이 끝나도 지속되기에 노동자의 월급, 퇴직금, 집, 자동차, 통장 등에 대한 가압류로 이어진다. 이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동자가 얼마나 많았나. 2013년 12월 기준 손해배상과 가압류 청구 총액은 각각 982억9,843만3,248원, 63억6,300만 원에 달했다.
2013년 법원은 쌍용자동차 복직자 26명, 희망퇴직자 15명 등 140명에게 회사와 경찰에 47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를 접한 39살, 두 아이의 엄마는 47,000원을 편지와 함께 봉투에 넣어 한 언론사에 보냈다. “해고 노동자에게 47억 원을 손해배상하라는 이 나라에서 셋째를 낳을 생각을 하니 갑갑해서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어서 보냅니다. 47억 원! 뭐 듣도 보도 못한 돈이라 여러 번 계산기를 두들겨봤더니 47,000원씩 10만 명이면 되더라고요. 나머지 9만9,999명분은 제가 또 틈틈이 보내드리든가 다른 9만9,999명이 계시길 희망할 뿐입니다.”
‘노란봉투 캠페인’은 그렇게 시작됐다. 가수 이효리 등 수많은 시민이 “한 아이 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다”며 ‘할 수 있는 일’에 동참하고 있다. ‘노란봉투의 기적’이 시작된 것이다.

3. 영화 ‘변호인’
작은 아이가 뒤늦게 영화 ‘변호인’을 봤다. 심란했나 보다. 난생 처음 자발적으로 자기 심경을 일기로 썼다. “(영화를 보고나서) 엄마한테 물었다. “엄마, 우리나라 아직도 저래?” 이 말은 … 내가 저 영화를 보고 무거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할 수 있는 질문 같았다. 사실 나는 엄마가 “아니”라는 한마디만 해줬으면 마음이 가벼워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 대답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엄마의 대답은 너무나 애매했다. 그 덕분에 날아갈 수도 있었던 나의 마음은 더욱 더 가라앉았다.” 그리곤 스스로 다짐했다. “내 할 일이 생겼다. 오늘내일 할 일이 아니라 내 평생 할 일.”
오늘 난 아이에게 얘기해줄 참이다.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돈이 없어 감옥살이하고 파업했다는 이유로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국민이 수두룩하다고. 하지만 한 구석에선 노란봉투의 기적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날다 (2014-03-21 07:59:06)

오랜만에 올라 온 칼럼이라 반갑게 읽기 시작했는데 마음이 착 가라앉네요. 특히 중학생 아드님이 한 질문은 저까지 죄책감 느끼게 합니다. 지금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아버지가 이렇게 "우리 사회의 불편한 진실"들을 찾아 세상에 내 보낸다는 걸 아들이 알면 그 아들 맘이 조금 더 가벼워지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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