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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하지 않는 사회 2013-11-27 09:36:51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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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 - 칼럼
2013년 11월 25일 (666호)

김재영 충남대 언론정보학 교수

좋은 강의란 무엇일까? 학생에게 답을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학생 스스로 질문을 던지도록 하는 게 좋은 강의란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학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도 학생 스스로 찾도록 하면 더 좋은 강의가 된다고 했다.

경험상 학생들이 활발하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방식이 교육적으로 훨씬 더 효과적이라 느끼기도 한다. 신참 시절 받은 교수법에서도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질문을 효과적으로 이끌어낼까?”가 핵심 주제 중 하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름 강의할 때 학생들이 스스럼없이 질문을 던지게끔 분위기를 조성하는 편이다(라고 믿는다). 질문을 유도하기 위해 이런저런 미끼를 던지기도 한다. 가끔 외부 인사를 모시고 특강할 때는 아예 질의와 답변(Q&A) 위주의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하곤 한다. 시험을 볼 때도 ‘자문자답’하게 하거나 ‘질문 작성하기’ 따위를 즐겨 출제한다. 이게 다 정답보다 질문을 찾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럼에도 역부족을 절감하기 다반사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린 참 질문하는 데 익숙지 않다. 이런 사실을 처음 느낀 건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교수가 일방적으로 떠들다 수업을 마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질문하는 학생이 특출한 게 아니라 얌전히 앉아 강의를 경청하는 학생이 희귀종이었다. 학생들은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것으로 보이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 교수의 말을 시도 때도 없이 툭툭 끊었고 교수는 개의치 않았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미국 대학교수들은 한국 유학생에게 없는 세 가지 공통점으로 자기 생각과 토론, 그리고 질문을 꼽는다. 지금이라고 이런 ‘굴욕적’ 상황이 크게 달라졌을까? 별로 그래 보이지 않는다.

한 선배는 이런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제 갓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릴 적부터 우리와 미국 아이들은 상반된 경험을 하게 된다. 아이라면 세상만사가 호기심거리다. 자연스레 묻고 싶은 것도 많을 수밖에 없다. “엄마, 하늘은 왜 파란 색이야?” “아빠, 바람은 왜 안 보여?” 등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부모는 처음엔 제법 열심히 응대하다가 이내 귀찮아한다. 그래서 “나중에 커서 학교 가면 알게 된다”는 식으로 아이의 질문을 봉쇄한다.

미국은 그렇지 않다. 사람마다 편차는 있겠지만 대개 아이들 질문에 관해서만큼은 최대한 성의 있게 대답한다. 잘 모를 경우 지어서라도 얘기해준다. 대답하는 내용보다 그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과정 자체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극과 극의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질문에 대해 어떤 인식과 태도를 갖게 될지 자명한 노릇이다.

유대인들은 더하다고 한다. 우린 자녀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오늘 학교에서 뭐 배웠니?”라고 묻곤 한다. 이와 달리 유대인들은 “오늘 학교에서 무슨 질문을 했니?”라고 말을 건넨다. 이들에게는 이런 믿음이 확고하기 때문이란다. ‘질문은 발견을 낳고, 발견은 혁신을 낳고, 혁신은 진보를 낳는다.’

실제 과학의 출발점도 다름 아닌 질문이다. 물론 질문이란 게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하고 떨어지는 건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세계나 사회현상에 관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이 속에서 질문거리를 찾고 합리적 절차를 거쳐 답을 구하는 게 과학이다. 의문을 품고 질문을 던지지 않고는 새로운 발견도, 혁신도, 진보도 가당치 않은 일이다.

질문은 힘이 세다. 질문은 생각을 자극하고 정보를 얻게 한다. 궁극적으로 해답을 찾게 만든다. 아울러 질문은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열게 하는 효과도 있다. 결국 질문은 지식을 쌓을 뿐더러 인성을 함양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질문의 힘은 개인 차원에서만 그치지 않는다. 조직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바꾸기도 한다.

새로운 걸 찾는 것만 중요한 게 아니다. 뭐든 새로운 눈으로 보는 것도 중요하다. 질문이 없는 조직은 도태되고 질문하지 않는 사회는 정체될 것이다.

날다 (2013-12-02 09:20:03)

교수님 수업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매주 수요일 오후 2시를 손꼽아 기다릴 정도였으니까요. 활기넘치던 대학원 수업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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