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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2018-06-21 11:06:44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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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 사설
2018년 6월 18일 (1141호)

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역사의 한복판에 서있다.

하나. 올해 초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폭력 실상을 고발하면서 촉발된 미투(#Me_too, 나도 말한다) 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위드유(#With_you, 당신과 함께 하겠다)로 이어졌다. 우리 대학에서도 법률센터,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등에서 관련 강연을 수차례 열었다. 생물학적 차이가 사회적 차별로 굳어진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근원적 성찰이 이제 시작되었다.

둘. 한반도를 짓누른 지구 유일의 냉전체제 종식이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냉전의 유산은 주권국가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물론 정치와 경제, 심지어 우리의 의식세계까지 기형화했다. 북한의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 참가로 빗장이 열린 남과 북의 교류는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져 "더 이상 전쟁은 없다"는 판문점 선언을 낳았다. 불과 며칠 전에는 전 세계의 이목이 북한과 미국 간의 이른바 '세기의 회담'에 모아졌다. 이데올로기를 구실로 70년 동안 지속된 적대 관계가 평화체제로 대전환하는 길목에 있다.

셋. 지난주 치러진 지방선거는 드라마처럼 진행된 한반도 평화 의제와 북미정상회담에 가려졌다. 그럼에도 전국동시지방선거 실시 23년 만에 투표율 60%를 넘어섰다. 사실 이번 지방선거만큼 중요한 국면도 찾기 어렵다.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추진한 지방분권형 개헌이 무산되었기는 하나 지방분권의 확대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면서 지방정부로의 권한 이양이 구체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지방분권과 자치는 곧 중앙집권형 권력의 분산, 나아가 주권재민에 기초한 민주주의 실현과 직결되는 문제로 지방자치제의 실질적 운영은 물론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실현의 시발점이다.

올해 들어 숨 가쁘게 전개된 세 가지 국면은 각각 정의, 평화, 분권을 상징한다. 그리고 이 세 키워드는 더불어 함께 사는 '상생'을 가리킨다. 미투 운동은 성 평등을 지향한다. 성별(gender) 자체로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구조와 관념을 타파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냉전 시대의 이념 대립과 갈등에서 벗어나 항구적 평화체제를 갖추는 일은 생활세계의 온전한 정착과 영위를 가능케 한다. 분권은 자치를 담보하는 기반임과 동시에 국토균형발전을 향한 초석이다. 국가 경쟁력을 저해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인 수도권과 비수도권, 그리고 지역 간 격차의 해소는 거주지에 관계없이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는 실질적 권리를 갖는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참여·개방·공유를 특징으로 한다. 서로가 네트워크로 연결된 환경에서 개인의 자각과 발언권이 커지면서 형성된 흐름이다. 대중의 지혜가 전문가를 능가하고 집단지성의 힘이 미치지 않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개방형 혁신을 통한 내·외부 공중과의 협력이 잘 나가는 기업의 공통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더불어 함께 사는 상생은 가히 '시대정신'에 견줄 만하다.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2011년 타계한 김준엽 전 고려대 총장의 좌우명이다. 그는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되었다가 탈출한 뒤 광복군에 합류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해방 후 고려대 총장을 맡으면서 독재정권의 부당한 요구와 회유에 한 치도 흔들리지 않았다. 격동의 역사 한 가운데 선 지금 그가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곱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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