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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을 대하는 대학의 자세 2017-04-07 09:07:56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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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ress.c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761
충대신문 - 사설
2016년 10월 10일 (1119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이 지난달 28일부터 시행되었다. 우리 대학 안팎에서는 전과 다름없는 분위기가 유지되고 있으나 일부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관행처럼 굳어진 행위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하고자 대학 차원에서도 몇 차례 설명회 등을 열었다. 그럼에도 대체 왜 이런 법을 만들어 신경 쓰게 하냐는 일각의 성토가 여전하다.

공교롭게도 청탁금지법 시행 첫날 접수된 첫 사건이, 대학생이 교수에게 캔 커피를 건넸다는 내용이어서 학내 구성원을 당혹스럽게 했다. 신고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정식 처리되진 않았으나 커피를 준 학생이 수업을 듣는 학생이라면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소식에 당혹감은 불안감으로 비화했다. 식사 대접의 상한선은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규정돼 ‘3·5·10’만 기억하면 된다고 믿었으나 이는 사교나 의례 목적인 경우에 해당할 뿐 학점과 취업 등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액수와 무관하기 때문이다. 만약 수강 중인 학생에게 교수가 커피를 받아 마셨다면 금품 가액의 2배 이상 5배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대학이 별도로 자체 징계할 수도 있다. 이를 피하려면 학생에게 지체 없이 커피를 돌려주거나 경찰·검찰 또는 국민권익위원회에 서면 신고해야 한다. 누가 선물한 건지 특정할 수 없을 때에는 소속기관장에게 인도해야 한다.

몸에 밴 습성만큼 바꾸기 어려운 일도 없다. 청탁금지법이 족쇄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하지만 명색이 ‘지성의 전당’이라는 공간에서 단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일신상의 사유로 청탁금지법의 취지와 정신까지 폄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즈음에서 청탁금지법이 제정된 과정을 다시금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2년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김영란 위원장이 처음 제안한 내용은 공무원이 100만 원 이상의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직무와 관련이 없거나 대가가 없더라도 형사 처벌하자는 것이었다.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으면 뇌물수수로 처벌하지 못하는 법의 공백을 메우자는 취지였다. 당초 공무원만 대상이었으나 입법 과정에서 그 범위가 확대돼 사립학교 교직원과 언론인, 그리고 이들의 배우자와 가족까지 포함되었다. 현재 법 적용 대상자 수는 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될 정도로 많다.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언론인과 사립학교 관계자에게도 법을 적용하는 건 지나치다는 이유에서 헌법소원을 냈으나 지난 7월 헌법재판소는 7대2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요지는 “교육과 언론이 국가나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부패할 경우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장기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는 잘 알려져 있듯이 부정부패가 심각한 편이다. 뇌물수수가 미풍양속으로 포장되는 경우조차 비일비재하다. 최근 세계경제포럼이 공개한 <세계경쟁력보고서>에 나온 국가별 부패지수에서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가운데 부패 정도가 심한 그룹에 포함되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지금 우리가 겪는 혼돈과 불편은 공정하고 투명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산고(産苦)로 받아들여야 한다. 미래를 이끌 주역이 즐비한 우리 대학은 이 법을 살아 있는 학습의 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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