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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숲'의 지혜, <충대신문>의 약속 2016-05-18 11:05:04  

 
김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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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press.c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473
충대신문 - 사설
2016년 5월 16일 (1115호)

이발사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신기누설한 곳이 ‘대나무숲’이었다. 대학생들이 애용하는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대학교 대나무숲’이 각 대학 재학생들의 소통 구심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충남대학교 대나무숲’도 꽤 활성화되어 있다. 익명에 따른 폐해를 우려했으나 거꾸로 익명성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하는 인간(人間)인 한 소통은 필수다.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중매체로 등장한 신문은 오랜 세월 그 대표 주자였다. 뉴스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물론 권력집단을 감시하고 약자를 대변하며 사회적 의제를 공론화했다. 덕분에 ‘감시견(watch dog)’이라거나 ‘시대의 파수꾼’, 심지어 행정부·입법부·사법부에 이은 ‘제4부’라는 과분한 별칭이 부여되었다.

신문의 종류는 가지각색이다. 나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큰 규모의 신문이 있는가 하면 작은 생활반경을 범위로 한 신문도 있다.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신문과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에 초점을 맞춰 전문 분야를 깊이 있게 다루는 신문이 공존한다. ‘대학’과 ‘신문’의 궁합은 환상적이다. 대학 자체가 사회의 특수한 축소판인 데다 자유로운 비판정신으로 진리를 탐색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는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현안에 대한 의견 개진과 토론, 나아가 합의 창출을 추구하는 신문과 닮은꼴이다. 대학과 신문이 결합한 ‘대학신문’은 대학 고유의 이념에 부합할 뿐더러 구성원들의 소통을 담아내는 그릇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대학신문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었다. 따지고 보면 이는 대학신문의 문제 이전에 신문과 대학이라는 개별 영역의 위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신문의 위기는 속보성이나 현장성 등에서 방송과 인터넷보다 기능적으로 열세인 데서 비롯한 전 세계적 현상이다. 대학의 위기는 ‘글로벌 경쟁력’ 구호에 매몰돼 기업의 ‘하청업체’로 전락하며 ‘대학(大學) 없는 대학’을 자초한 우리 사회 천박성의 소산이다. 대학신문의 위기는 대학과 신문의 위기가 초래한 파생물인 셈이다.

대학신문과 ‘대나무숲’은 대체가 아니라 보완 관계를 이룰 수 있다. 최근 <충대신문>이 해오름식 등 각종 학내 행사에서 고질적 관행으로 스며든 ‘악습’을 문제제기한 보도가 그 전형이다. 익명과 실명,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적 공간과 공적 기구가 각자 자기 자리에서 제 기능을 다하며 시너지를 발휘한 것이다. 전도유망한 ‘대나무숲’에 비해 대학신문은 형편이 녹록치 않다. 이를 부채질하는 요인 중 하나가 편집권을 둘러싼 갈등이다.

<충대신문>은 총장을 발행인으로 한 교내 부속기관이다. 그렇다고 편집권까지 발행인에게 부여된 건 아니다. 언론에서 소유와 경영, 그리고 편집의 분리는 불문율이다.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지 않으면 ‘소금’과도 같은 언론 고유의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충대신문>은 어떠한 경우에도 언론의 생명인 편집권을 지킬 것이라 약속한다. 고인 물이 썩지 않게 하는 출발점이란 믿음에서다.

당나귀 귀를 ‘치부’로 여긴 임금님은 이 사실이 만천하에 알려지게 되었음에도 비밀을 폭로한 이발사를 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이후 자신의 귀를 당당하게 드러내고 다녔다. 잠깐은 부끄럽고 민망했을지언정 종국에는 홀가분했으리라. ‘대나무숲’은 그런 곳이다.

날다 (2016-05-30 22:09:59)

이제서야 교수님의 사설을 읽게 되네요.
얼쑤~
저도 100배 공감합니다.

요즘은 왜 다른 데 칼럼 안 쓰십니까. 교수님의 세련되고 속 시원한 글들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그 날 소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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